한국을 배달의 민족이라고 하지만 이곳 인도네시아에 살면서 지구상에 또 다른 배달의 민족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제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인도네시아도 만만치 않은 배달의 민족인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인도네시아의 주문형 멀티 서비스 플랫폼인 고젝 (Gojek)과 그랩(Grab)입니다.
자카르타에서 살면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앱이 바로 이 두 가지인데 둘 다 주로 차량과 음식 배달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고젝은 인도네시아에서 설립된 회사이며 그랩은 싱가포르 기반의 서비스입니다. 두 플랫폼 모두 동남아 지역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지고 있죠. 이 외에도 마사지, 청소, 택배, 장보기 등 생활 전반에서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이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차량 공유 서비스에 대해서는 제가 인도네시아로 온 초반까지는 우버 (Uber)도 이용이 가능했었는데 어느 기점으로 동남아 지역의 우버 시장권이 그랩으로 통합되었습니다. 사실 그랩과 고젝이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지역에서는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보니 우버가 들어올 자리는 앞으로도 없어 보이긴 합니다.
인도네시아 음식 배달 플랫폼 - 고푸드 (Gofood) 와 그랩푸드 (Grabfood)
이곳에 살면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은 음식 배달 서비스입니다. 고젝은 고푸드 (Gofood), 그랩은 그랩푸드 (Grabfood) 라고 불리는 음식 배달 서비스는 운영하고 있으며, 두 회사 모두 이용이 방식이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저는 특별한 선호 없이 모두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국 배달의 민족 같은 경우는 앱을 통해 식당의 메뉴를 주문하면 식당의 자체 배달 기사 또는 배달 대행 서비스를 통하여 음식을 배달 하는 프로세스인 데 반해, 고젝이나 그랩의 경우 원하는 음식점의 메뉴를 주문하면 이를 가져다줄 두 회사에 소속된 배달 기사를 매칭해줍니다. 기사가 지정되면 기사와의 연락을 통해 주문 확인 또는 추가 요청 사항 등을 전달 하게 되고 배달 기사는 직접 음식점에 가 음식을 주문하고 저에게 배달되는 것까지가 하나의 주문입니다.
이곳에는 워낙 고젝과 그랩이 활성화 되어있다 보니 대부분 식당, 카페에서 배달 주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고젝과 그랩이 서로 앞다투어 프로모션을 하기 때문에 저는 어느새 배달 음식이 일상화돼버렸네요.
가격
고젝 또는 그랩에서 음식 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때 드는 비용은 당연히 음식값과 배달료입니다. 음식값은 고정이고 배달료 배달비는 실시간으로 도로 교통상황 혹은 날씨 또는 주문 시간대 등을 고려하여 책정되는 것 같습니다. 오토바이를 이용하여 배달하기 때문에 특히 비가 오게 된다면 고젝이나 그랩을 잡기가 어렵고 평소보다 배달비도 높아집니다.
국내에서는 배달의민족의 높은 배달료 때문에 말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인도네시아 고젝이나 그랩의 배달비는 터무니없이 저렴합니다. 평균적으로 보통 멀지 않은 거리면 한화 1,000원 이내이며, 오토바이로 20-30분 이상 가야 하는 거리에는 2,000원 안팎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 와중에 고젝과 그랩이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배송비를 없애주는 프로모션도 자주 하기 때문에 배달비 자체를 내지 않고 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때도 많습니다.
결제 방식
고젝 또는 그랩을 이용할 때 여러 결제 방식을 사용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습니다.
1. 현금
2. 신용카드를 등록하여 주문할 때마다 금액 결제
3. 고페이 (Gopay), OVO 등 간편 결제 시스템
1번은 기사를 만나서 현금으로 주면 되고, 2번은 고젝 또는 그랩에 현지 신용 또는 데빗 카드를 등록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3번은 본인의 가상 계좌에 돈을 입급하면 해당 계좌에서 차감되는 형식인 간편 결제이며 고젝은 Gopay라는 서비스, 그랩은 OVO를 이용합니다. 인도네시아는 웬만한 온/ 오프라인 거래에 이러한 간편 결제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구축되어있어 상대적으로 현금 또는 카드 사용 비율이 적은 편입니다. 추가로 이러한 간편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면 배달비 할인도 있고 Cashback 등 다양한 혜택이 많아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는 결제 방식 중 하나입니다.
주문 방법
실제로 어떻게 주문을 하는지 보겠습니다. 마침 목이 마르던 참이어서 나가기는 귀찮고 집 앞 스타벅스에서 아이스 라떼를 시켜보고자 합니다. Grab 앱을 켜고 Food에 들어가 스타벅스를 입력하면 내 위치 기반으로 가장 가까운 스타벅스 매장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 매장을 클릭하여 원하는 음료를 선택하면 됩니다.
스타벅스의 경우 매뉴를 클릭하면 샷추가, 우유 선택, 시럽 선택 등 좀 더 세분화된 메뉴를 주문할 수 있도록 최근 업데이트가 되었습니다. (참고로 고푸드는 이렇게까지 세분화되어있지 않으나 추가 요청사항이 있으면 직접 적을 수 있습니다)
음료를 받을 주소를 입력하면 거리에 따라 배달비가 책정되는데 비교적 가까운 거리라고 하나 스타벅스 라떼를 시키기 위한 배달비는 3,000루피아 즉 한화 300원도 안 되는 가격이네요. 밤늦게 스타벅스 커피가 마시고 싶다면 300원의 배달비만 투자하시면 됩니다.
Place order 버튼을 누르면 해당 스타벅스 주변의 드라이버를 매칭해주며 바로 기사와의 연락을 통해 오더를 컨펌하면 됩니다. 그 이후 기사의 실시간 위치를 파악할 수 있으며 레스토랑에 도착했는지, 음식을 픽업했는지 혹은 레스토랑에서 출발했는지 등 주문 상황을 앱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 업데이트된 GrabFood에서는 식당까지 가기 전 기사의 위치를 확인할 수 없고 음식을 픽업한 후 나에게 오는 경로는 실시간 GPS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고젝의 경우는 오더를 받은 순간부터 기사의 실시간 위치 확인 가능)
집 앞의 스타벅스 라떼가 내 손에 오기까지 침대에서 단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고 20분이 채 걸리지 않았네요. 다시 한번 이곳 인도네시아에서 얼마나 배달 문화가 잘 되어있는지 새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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